처음에 말씀을 뽑았을 때 사실 좀 언짢았다. 뭔가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뽑은 건데 첫 시작부터 기다리라니... 한참 그 때 신앙도, 내 삶의 변화도 필요했던 때라,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는 아브라함의 말씀이 나오길 기대했기 때문이다. 근데 언짢을 필요도 없었던 게 지금 돌아보니, 그때 나는 솔직히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을 뿐, 아무런 계획도 하지 않고 무작정 현재의 위치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. 그러던 중에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님 말씀이 유튜브에서 보였고, 처음으로 내가 다녔던 교회가 아닌 말씀을 들었는데, 새로운 시작을 바라면서도, 이전까지 쌓아두고 있던 것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내면의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됐다.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을 내려놓고 0으로 기다리는게 맞는 것 같았다.
내 안의 곪아 터지고 있었음에도 포기하지 못했던 건, 남들이 말하는 뭐든 알아서 잘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처럼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였는데 가장 큰 부분이 '신앙'이었다. 나름 큰 교회에서 리더로 오랜기간 훈련을 받고, 20대를 돌아보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으로 교회를 꼽을 정도니까. 사실 내 삶에서 내세울건 이것밖에 없었다.
새해를 맞이하기 전에, 모든 직분을 내려놓게 하신 이유도 이때를 준비하셨던 게 아닐까.(역시나 우연이 없으신 하나님) 고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있는 건 너무나도 즐거웠고, 그들이 은혜받고 성장해 가는게 너무 좋았다. 그래서인지 그 안에 내가 잘 도왔다는 교만한 생각들도 있었기에, 내가 여전히 신앙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.
모든 걸 내려놓고, 본격적으로 0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또다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다가왔다. 등록하고자 마음 먹었던 교회는 새 신자 외에 새 가족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건데, (이때 '이제 나는 공동체 신앙 훈련은 끝났나?'라고 생각했다. 아주 잠깐)
그러다가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고, 한 달 정도 영상으로 예배드리다가, 이전에 등록하고자 했던 교회만큼 분명한 인도하심이 없어서 결국 오프라인에 가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졌고, 두 번 정도 예약을 했다가 취소를 반복하고, 결국 2월 말에 가게 되었는데 가자마자 등록했다. 지금 돌아보면, 그때 목사님이 새로 온 사람 일어나라고 했는데, 낯가리는 E인 내가 일어났다? (내 주변에 한 명도 안 일어남, 나중에 새 가족 과정에서 만난 동생이 내 옆에 있었다고 ㅎㅎ)
내 뜻대로 아니라고 생각했던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나는 뒤집혔다. 신앙에 대해서 오랜 기간 훈련을 받은 짬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예배 때 은혜가 있음에도 이전의 습관과 맞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불평도 생기고 불만도 이야기하곤 했지만, 딱 한 달이였다.
낯간지럽게만 들렸던 하나님의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, 내 안의 하나님의 사랑 없이 했던 모든 순간이 0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매 예배 때마다 눈물로 회개하기도 했다. 예민함에 극에 차올랐던 작년의 이 시즌과 비교했을 때 변한 건 단 하나, 하나님의 사랑을 새롭게 경험한 것.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,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불면증도 심하고 먹는 것마다 구토를 일삼았던 내가 한 해동안 마음이 편했는지 살이 쪄서 운동을 하고 닭가슴살을 주식으로 먹고 있는 것만 봐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.
이번 주 예배 때,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신 후에 기도를 인도하실 때 "기다림"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.
"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기다리는 것이 아닌, 기다리는 것이 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며, 기다림이라는 하나의 행위가 아무 행위가 아닌, 기다리는 자체가 적극적인 행위다"라고
새해에 뽑았던 말씀을 두고 남은 기간 기도하며, 인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꾸 넘어지고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기다림에 대해 말씀을 주신 것에 믿음이 없었는데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이 나에게 이 시즌이 이 말씀을 주신 것이 너무나도 필요했던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.
얼마 남지 않은 2022년 한 해, 내가 해석한 대로 말씀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, 이 말씀을 주신 계획대로 말씀이 이뤄지는 한 해의 마무리가 되도록 기도하고, 삶을 살아내야 할 것 같다.